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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좋아한다고 주변에 떠들고 다녔던 나지만, 막상 멍석을 깔아주니 영 키보드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어떤 주제로 나의 우아한테크코스 한 달 생활기를 써 내려갈까 많은 고민을 했다. 고민 끝에 '불안감'과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두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이 글이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4기 크루 혹은 내년, 내후년에 우아한테크코스에 합류하게 될 분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글을 시작해본다.

운 좋게 우물안을 벗어난 개구리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인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프로그래밍을 접했다. 그런 영향인지 어떤 집단에서나 항상 '꽤나 컴퓨터 좀 만질 줄 아는 놈' 포지션을 맡아왔다.

그런 시선 속에서 점점 남들에게 보여지는 모습에만 신경을 썼고 설계와 좋은 코드에 대한 고민은 아무래도 좋았다. '작동만 하면 됐지'라는 안일한 생각에 정작 필요한 지식은 등한시해왔다. 그런 자만심에 성장하려는 노력 없이 그저 애매한 상태로 표류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나는 스스로를 꽤나 실력 있는 개발자라고 착각했다. 그러던 나는 우아한테크코스 합격 메일과 함께 운 좋게 우물 안을 벗어났다.

불안감과 조급함

우아한테크코스에 합류하면서 내가 여태껏 해 온 것이 좋은 개발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단순히 프로그램을 동작하게 만드는 것과 좋은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다른 크루들은 객체지향, 좋은 설계, 클린코드 등 좋은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방법에 대해 이미 많은 학습을 해온 크루들이 가득했다. 지금까지 해 온 것이 큰 의미가 없고, 방향도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코드는 고사하고, 자바 프로그래밍 경험조차 없던 나는 덜컥 겁이 나게 되었다.

'아, 내가 해 온 것들은 큰 의미 없는 것들이었구나.'

이런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많은 크루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것도 해야 하나? 저것도 해야 하나?' 따위의 생각이 밀려들었고 곧, 마음 한켠에 불안감과 조급함이 자라났다. 스터디, 독서, 블로깅 등등… 쏟아지는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은 것들'이 나를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엄습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애써 잊으려, 뒷 일은 신경을 쓰지 않고 일단 앞만 보며 달리기 시작했다.

미션을 수행하고, 피드백 요청을 보내고, 개인 공부를 끝낸 뒤, 새벽에 잠들어 다음날 데일리 미팅 직전에 기상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렇게 몇 주가 흐른 블랙잭 미션 중 많이 지친 듯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한 달을 돌아보니 우테코가 시작된 이후 온전히 하루를 쉰 날이 없었다. 지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눈 밑의 다크서클은 점점 내려왔고, 수업과 미션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컨디션을 생각하지 않고, 무리해서 달린 결과가 번아웃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문득, 포비와 브라운의 조언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우테코와 주변 크루에 끌려가는 학습은 재미없을뿐더러 지치기 쉽다. 지금껏 무언가에게 쫓기는 모양새로 공부해온 것은 아닌가, 잠깐 멈춰서서 뒤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다. 블랙잭 미션의 페어 프로그래밍이 끝난 주,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하는 주말을 보냈다.

오랜만에 맞이한 주말다운 주말은 어딘가 어색했다. 이틀간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 대한 죄책감마저 느껴졌다. 하지만, 덕분에 그다음 주에는 더 또렷한 집중력으로 한 주를 지낼 수 있었다. 학습과 휴식의 균형의 중요성을 느꼈다.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게 된 것이 아마 이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속가능한 성장

성장은 계단 오르기와 마찬가지이다. 계단은 한걸음에 한 칸씩 발을 디뎌, 더 높은 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졌다. 속도를 내기 위해 억지로 두 칸, 세 칸 무리해서 계단을 오르다 보면 쉽게 지칠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발을 헛디뎌 넘어질 수도 있다.

아무리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간다고 한들, 목표한 지점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낙오한다면 그간 쌓아온 노력이 무의미해진다. 1년간의 긴 레이스인 우아한테크코스에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완주이지 않을까. 불안감이라는 괴물에 끌려가기보다는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분명 더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레벨1이 마무리될 즈음 여러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지속가능한 학습을 하기 위한 마음가짐 정도는 자리 잡은 것 같다.

두려운 마음에 애써 현실로부터 시선을 회피하기보다는 용기를 내어 지금의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자. 처음에는 쉽지 않겠지만 스스로의 약점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약점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는 모두 다른 부모 아래,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다른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다른 출발선에서, 다른 시각에 출발했다. 어떤 조직에 속해있건, 세계 최고의 개발자가 아닌 이상 언제나 자신보다 잘하는 사람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러니까 스스로를 자신보다 잘하는 남과 비교하는 불필요한 일에 정신력을 낭비하지 말자. 타인을 '이겨야 하는 경쟁상대' 대신에 타인을 배울 점이 많은 '멘토'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주변에 닮고 싶은 훌륭한 멘토가 가득하다는 사실은 그 얼마나 축복 가득한 일인가?

하루에 한 걸음씩, 다만 꾸준히

성장을 위해 집중해야 하는 것은 절대적인 위치가 아닌 위치의 변화량이다.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나의 위치를 가늠하기보다는 '과거 시점의 나'와 '현재 시점의 나'를 비교하자. 조급함에 떠밀려 무리하지 말자. 하루에 한 걸음씩, 다만 꾸준히. 멀리서 바라보면 작은 변화겠지만, 그 변화가 쌓이면 분명 유의미한 성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은 아직 많이 어렵고 서툴다. 정체된 느낌을 떨쳐버리기 힘들고,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남아있다. 아직도 가끔은 휴식하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고민을 나 혼자만 떠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 만난 소중한 크루들과 함께 성장하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3기 크루 신세한탄과 티케가 진행한 '잘하는 친구 어떻게 하면 잘 무시하나?' 세미나에서 많은 위로를 받아 기억에 남는 구절을 가져오며 글을 마친다.

'우아한테크코스와 코치님들은 우리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우리를 선발한 것 이다.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겠으면, 자기 자신을 믿는 우아한테크코스와 코치님을 믿자.'